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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돌아보기

짧지만 강렬했던 마음의 병

by lalo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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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나는 지독한 마음의 병을 경험했다.

처음엔 작은 멘붕과 우울감으로 시작했지만, 우는 날들이 많아지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었다. 

친구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병원 문을 두드렸고, 상담과 치료제를 통해 마음을 거의 보통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전히 특정 상황이 트라우마로 박혀서, 뜬금없는 상황에서 슬퍼지고 눈물이 흐를 때도 있다.

'성인의 트라우마는 극복할 수 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한 단계씩 나아가면, '내가 왜 그랬지?'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 나의 트라우마는 성격, 성장과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줬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전) 회사였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취뽀-퇴사 게시판에 따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시기를 지나 정상적인 사고가 조금씩 가능해지고 의지력이 생겼을 때,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느리게 가는 인생, 이 공백기를 이용해서 좀 더 나를 알아보기로 했다.

 

세상에서 도망치는 것 아니냐는 내면의 소리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마음의 짐에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뇐다. 지금 내가 죽게 생겼는데... 

 

비슷한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도망쳐도 괜찮다

대신, 도망치는 곳은 내가 그래도 당장은 희망의 빛이 보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걷다보면 또 다른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은 지난번과 달리 내가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일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또 극복하지 못한다면? 다시 새로운 길로 도망치면 된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죽음이 머리속에 떠오를 정도로 절망적이라면? 도망친 시간 동안은 살아갈 것이며, 살아있기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망칠 힘이 없을 정도로 무력한 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나도 처음에 친구가 병원을 가봐라고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을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병원에 가면서도 '전혀 문제 없는데 왜 왔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하지?를 고민했다. 다만,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괜찮다는 진단을 받으면 주변 지인들이 좀 더 안심할 것이라 생각해서 갔었다.

 

그런데 나는 상담중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자존감이 많이 다쳤다.'라는 진단을 받고, 물리적으로 세르토닌 수준을 올리는 약을 받았다.

 

바닥상태의 멘탈로 고민을 할 당시, 그 결과가 100% 실패로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힘겹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금방 지치고 또 다른 절망만 안겨주었다.

 

그러나 상담과 약은 보통 이수준의 생각과 일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줬다. 보통의 상태에서 바라보는 미래와 세상은 성공과 실패가 50:50으로 보였다. 50%의 확률에 도전할 힘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 블로그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처음 절망감을 느끼고 우울증을 진단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많이 찾아보았다.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들의 이야기는 힘든 시간이 지난 후는 남겨져 있지 않았다. 너무 궁금했다. '공주가 왕자님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끝-' 이런 느낌이랄까? 

 

블로그를 통해서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더 나아가 미래에 또 이런 터널을 겪을 사람들에게 '나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런이런 시간과 굴곡을 지나서 지금은 또 잘 살아있어.'라는 희망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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