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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4/USA Life

미국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며 느낀점

by lalo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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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1주차부터 종강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 중간고사는 지나야 과제+시험에 지쳤던 것 같은데, 겨울방학이 짧아서 회복을 못했던 것일까? 아님 시작부터 몰아치는 실습 과제때문일까? 학기 초반부터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피곤하다. 머릿속을 정리할 겸, 최근에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면서 느꼈던 점(주로 단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퇴근길 직장인처럼 지친 피카츄
요즘 내 상태

 

1. 강의내용

웹 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해서, 처음 어도비 프로그램들의 사용법을 배울때는 신기하고 툴을 배우는 것 자체가 실용적이니까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한국의 국비지원 프로그램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학비가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건 내가 유튜브 보고 배우는게 낫지...(심지어 수업시간에 유튜브에 있는 튜토리얼 보여주시는 분도 있음). 수업내용과 별개로 과제는 과제대로 많다는 것이 더 문제다. 이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책이든 유튜브든 찾아서 학습해야하기 때문이다. 내 진로 방향과 맞는 과제들은 포트폴리오에라도 쓸 수 있지만, 영상 제작같은 수업들은...과제를 하면 할 수록 드랍하고 싶다ㅠ

 

아무리 진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도 한 과목에 $1,300을 내고 들을 가치가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No이다. 학비에 대한 현타를 받을 때는 항상 2가지를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한다.

 

1) F1 유학생의 학비는 강의료가 아니다. 한 과목 당 $1,300, 한 학기 당 $5,200라는 학비에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가는데 드는 비용이 포함 된 것이다.

2)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본내용이라고 해도, 모든 용어를 끝까지 영어로 배울 수 있는 강제적인 환경은 여기밖에 없다. 별표(*), 괄호([ ], < >) 같은 키보드 기호를 수업에서 처음 접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키보드 기호를 영어로 읽어볼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운 좋게 미국회사에 취업을 해서 일을 하다가, 동료가 *키를 눌려라고 알려줬는데 못알아 듣는 상황이 생겼다고 생각하면...너무 아찔하다.

  

2. 학습 분위기

미국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좋은데, 반에 꼭 한명씩 말만 많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이 있다. 처음에는 오답이라도 당당하게 말하는게 대단해보였는데, 하.... 기본적인 덧셈, 뺄셈, 반올림 문제에도 계속 틀린 답을 대답해서 수업을 같이 듣는 내가 더 헷갈릴 지경이 되어버렸다. 영어 강의 자체로 벅찬데, 중간중간 함정카드를 피하면서 필기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좀 더 크고 유명한 곳은 다른가 싶어서 건너건너 물어도 보고 찾아보았는데, 커뮤니티 컬리지라는 곳이 백그라운드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어디에나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점도 반대로 생각하면 나처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유학생에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수업마다 별의 별 학생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어색한 영어로 질문을 하는 것 정도는 수업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교수님(강사님)이 개떡 같이 질문해도 찰떡같이 이해하고 클리어하고 쉽게 풀어서 답변해주신다.

 

3. 주기적으로 오는 현타 - 결국은 영어..!

1번과 2번 문제가 합해져서 오는 것 같은데, 내 멘탈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른 유형의 현타가 온다. 먼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낮을 때는 '이 컬리지에서도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려는 걸까...'라는 유형의 현타가 온다. 이 때는 교수님이 멋쩍게 웃고 넘길 정도의 질 낮은 질문/대답을 하는 학생을 보고도 '저 애는 그래도 영어는 똑바로 하잖아. 난 저정도도 안되는구나...'라며 땅굴을 파게 된다.

두번째는 비자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오는 현타인데, '나는 왜 이런 나라(?)에 살려고 내 나라 떠나서 시간, 돈 써가며 고생하고 있는 가?'에 대한 자괴감이다. 모르는게 죄는 아니고 나도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널싱 전공이라고 하는데 숫자를 제대로 못 읽거나, 본인이 과제 공지를 확인 안 해놓고 수업시간에 교수님한테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경우 등등이 있다. 

마지막 유형의 현타는 미래계획도 열심히 세우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이 있을 때 발생한다. 내 의욕이 생기는 것과 별개로, 내가 처한 환경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내용이 쏙쏙 이해되면서 머릿속에 질문과 대답이 쫙 펼쳐져도, 버벅거리는 영어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10%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디테일하게 신경써서 과제를 해도 발표시간에 이런 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다. 다행히 내가 수업에 참여하려고 하는 의지나 과제에 쏟은 정성을 알아봐주는 교수님들을 만나서, 이런 점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발표땜에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고, 험난한 한국 취준생활 때도 PT면접은 면접관에게 늘 칭찬받고 떨어져본 적이 없다보니 나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한국 기준으로 나대지말라!라는 눈총을 받을 정도의 적극성이 보통으로 느껴지는데, 한국에서 했던 만큼의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하니 더 초조하고 걱정이 되는 것 같다.

 

이민을 준비하다보면, 한국사람들이 똑똑하고 성실해서 어디서나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 또한 내가 조금만 더 해도 충분히 미국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위의 현타를 차례대로 겪다보면 수많은 평범 또는 평범 이하의 지원자랑 똑같은거 아닐까? 결국 그렇게 싫어하는 한인회사가 내 그릇은 아닐까? 영주권을 받아도 달라 지는게 없으면 어쩌지? 라며 땅굴을 파게된다. 이때, 땅굴에서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이 모든 생각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 결핍에서 오는 것임을 인정하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천서를 요청하면 써주시는 교수님과 동료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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