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난 이런 회사 다니기 싫더라"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봤다. 전의 회사가 일에 실수가 발생했을 때, 그 실수에 대해서 항상 그 회사는 누가 했어?라고 묻고 책임을 따지기 바빴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떠올랐다. 사장은 마이크로 매니저였다. 정말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 문제는 재료와 비품에 돈을 아끼면서, 럭셔리 레스토랑이 되길 원했고, 음식에 간섭을 하는데 정작 레시피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요리에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장과 실제 요리를 담당하는 셰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고, 그 사이에 있는 직원들은 손님이 없으나 많으나 피곤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가게에서 Platter 배달 메뉴를 추가했을 때이다. 첫 예약 주문을 받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사장은 전날부터 셰프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Platter 3개를 각각 담아달라고.
그리고 당일 내가 출근을 하자마자, 전화가 와서 다시 한번 신신당부를 했다. 한번에 다 넣지 말고, 3개를 각각 담아달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셰프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자, 잔소리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자리를 뜨셨다. 저렇게 행동하셔도 결국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주시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포장 용기 사이즈가 애매해서, 큰 통에 1개 주문을 담으면 절반밖에 안차서 음식 고정이 안되고, 작은 통에 1개 주문은 다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메인 셰프는 큰 통 1개에 1.5개씩 넣으면 딱 예쁠 텐데...라고 하셨지만, 사장이 "3개를 각각" 담아달라고 했으니, 고민하다 작은 통 1개에 메인 요리를 넣고, 사이드들은 따로 담으셨다. 즉, 1개 주문을 나눠 담은 것이다.
배달이 완료된 후, 사장이 가게로 왔고 찍어둔 사진(가게 인스타에 올린다고 찍어달라고 함)을 보고 사장은 '나한테' 화를 냈다.
" 왜 한개의 주문이 여러 통에 나눠져 담겼냐고"
처음에 위 상황을 설명하다가, 나는 왜 셰프들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 왜 내가 이런 걸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럼 저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하길 원하냐?라고 물으니 왜 포장 용기에 사이즈가 안 맞냐고 딴소리... 결국 셰프가 포장용기가 커서 음식이 흔들려 데코레이션이 다 흐트러지면, 손님이 컴플레인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사장-셰프의 언쟁은 높아져갔다.
결국, 이 사건은 가게에 늦게 도착한 사장남편이 상황을 중재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그걸 지켜보던 나는 정말 답답해 미치는줄 알았다.
1. 왜 이렇게 했냐고 따지기만 하는 사장
2. 이래서 이렇게 했다고 방어적 대답만 하는 쉐프
3. 그렇게 중요했으면, 가게에 나와서 "직접" 확인했으면 될 일을... 사장 뜻대로 안 되는 셰프가 아르바이트생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나...
사장-셰프의 언쟁은 잠잠해졌지만,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Platter 주문이 또 들어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하지? 이 광경을 매번 보고 겪을 순 없진 않은가. 손님이 한산해졌을 때, 슬쩍 메인 쉐프에게 원하는 포장 용기 사이즈가 있는지, 아니면 큰 용기를 쓰고 장식 등으로 채울 순 없는지.
쉐프의 말을 토대로 검색해 보니, 가게가 가지고 있는 2개 사이즈의 중간 정도 되는 사이즈를 발견했다. 디자인도 더 고급졌다. 그리고 사장한테 가서, 이걸 사서 Platter에 쓰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알아. 처음에 그 사이즈로 메뉴를 구성했었어. 그런데, 너무 비싸서 비슷한 사이즈로 2개 산 거야."
...
가성비도 아닌, 저렴이를 추구하던 사장은 처음 알아봤던 포장용기가 비싸지자, 저렴한 다른 사이즈 2개를 구매했던 것이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사장은 이 문제를 시스템 개선(새로운 포장용기 구매)을 통해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
그래, 니 가게지, 내 가게냐...내가 또 오지랖이었지... 미안하다..
타산지석의 자세
타산지-석(他山之石)
: 하찮은 남의 언행일지라도 자신을 수양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
(예문) 다른 사람의 실수나 그릇된 행동을 헐뜯지만 말고 他山之石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지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 되고,
그다음에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음에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책(시스템개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누가 했냐고 책임을 따지기만 하는 행동은, 팀원들에게 긴장실수를 더 만들어낸다.
글로 써두면, 흔하고 당연한 말인데, 현실에서 보기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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